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1

Church, The Bridge 2026. 7. 8. 13:39

91세 아버지가 제게 가르쳐 주신 것

오늘도 새벽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아직 도시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
저는 유치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새벽배송을 맡은 날이었습니다.
새벽의 유치원은 참 조용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선생님들의 발걸음도 없는 시간.
그 적막한 공간에서 한 분을 만났습니다.
유치원을 관리하시는 어르신이었습니다.
인사를 나누다 보니 1936년생이라고 하셨습니다.
아흔한 살.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연세에도 여전히 출근하시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분의 표정이었습니다.
친절했습니다.
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 주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버님."
하고 불렀습니다.
그 순간 그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잠깐이었지만,
그 미소 속에는 오래된 따뜻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배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왜 하나님은 오늘 제게 이분을 만나게 하셨을까.
그 질문을 붙들고 걷다가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나이를 숫자로만 계산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을 나이로 부르지 않으십니다.
사명으로 부르십니다.
성경을 보면 모세는 여든 살에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갈렙은 여든다섯 살에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라고 말했습니다.
시므온은 아기 예수를 품을 때까지 기다렸고,
안나는 노년의 성전에서 메시아를 증언했습니다.
하나님께는 은퇴하는 나이가 없습니다.
사명을 잃는 순간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만난 그 어르신은
제게 큰 설교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모습을 통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불타는 떨기나무를 통해 모세를 부르셨고,
작은 도시락을 통해 오천 명을 먹이셨으며,
겨자씨 하나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거대한 것보다
작은 일상을 통해 말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오늘 제게도 그러셨습니다.
새벽배송을 가지 않았다면,
그분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 하나님께서 제게 들려주신 말씀도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니
오늘 배송한 것은 박스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마음에도
조용히 한 가지를 배달하고 계셨습니다.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아름답다.'
오늘도 하나님은
특별한 기적보다
평범한 사람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 새벽도 기대됩니다.
또 어떤 사람을 통해,
어떤 일상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하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아주 평범한 하루 속에서
조용히 걸어오고 계시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아직 알아보지 못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