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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합시다

by Church, The Bridge 2026. 7. 3.

공동체가 사람을 살리는 방법

목회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갈등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생각의 차이 때문에.
상처받은 말 한마디 때문에.
서운함 때문에.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공동체가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분열이 일어난 현장에는 늘 날카로운 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억울한 사람은 더 많이 말하고, 상처받은 사람은 더 강하게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말은 점점 거칠어집니다.
그런데 목회를 하며 한 가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갈등이 깊어진 자리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의외로 신앙적인 말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기도합시다."
"말씀을 봅시다."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밥 먹고 합시다."
처음에는 저도 이상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두고 밥을 먹는다고 해결이 될까.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경우 밥상이 회의보다 강했습니다.
배가 고프면 사람은 날카로워집니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칩니다.
분노는 생각보다 영적인 문제이기 전에 육체적인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함께 밥을 먹다 보면 신기하게도 목소리가 낮아집니다.
반찬을 권하고.
국을 떠주고.
물잔을 건네는 동안 조금 전까지 적처럼 보이던 사람이 다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포만감이 생기면 긴장이 완화됩니다.
사람은 빈속으로는 싸울 수 있지만 함께 먹으면서는 오래 싸우기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면 예수님도 참 많이 드셨습니다.
세리와 함께 식사하셨고.
죄인들과 함께 앉으셨고.
오병이어로 사람들을 먹이셨고.
부활하신 후에도 제자들과 생선을 드셨습니다.
성찬 역시 식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가르치시기 전에 종종 함께 먹으셨습니다.
어쩌면 식탁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가장 오래된 공동체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요즘 공동체를 다시 생각합니다.
훌륭한 설교가 있는 곳.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곳.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말 건강한 공동체는 함께 밥을 먹는 공동체인지도 모릅니다.
밥을 먹으며 웃고.
밥을 먹으며 울고.
밥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공동체.
생각해 보면 요즘 사람들은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족도 각자 먹고.
직장도 혼자 먹고.
교회도 예배만 드리고 헤어집니다.
그래서 외로움이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설교보다 밥 한 끼가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충고보다 따뜻한 국 한 그릇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정답보다 누군가와 마주 앉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도 "와서 배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와서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걸었고, 함께 먹었고,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동체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앞으로의 교회가 다시 식탁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갈등이 생기면 먼저 말하기보다 밥을 먹는 공동체.
평가하기 전에 함께 식사하는 공동체.
상처를 치료하기 전에 먼저 따뜻한 밥을 내어주는 공동체.
그래서 누군가 화가 나 있을 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밥 먹고 합시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도 오늘 우리에게 그렇게 말씀하고 계시는지 모릅니다.
"배고픈 마음으로 싸우지 말아라."
"함께 앉아 먹어라."
"그리고 다시 서로를 사람으로 보아라."
생각해 보면 아름다운 공동체는 대단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밥 먹는 일을 잊지 않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식탁에서 우리는 다시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같은 편이라는 것을.
우리가 여전히 가족이라는 것을.
그리고 하나님께서 여전히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