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16. 12:30ㆍ칼럼
얼마 전 전자책을 음성낭독으로 듣기 위한 용도로 13,900원짜리 헤드폰을 구입했습니다. 가끔은 유튜브의 찬양을 듣는 용도로도 사용합니다. 저는 요즘 들어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만드실 때 싸구려(?)로 만들어 주셔서 13,900짜리로 들으나 100만원짜리로 들으나 같은 소리로 들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때는 저도 더 좋은 소리로 찬양을 부르고 고화질의 영상과 음성으로 설교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교회 규모에 비해 과할 정도의 돈을 영상과 음향시설에 투자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아무리 고화질로 영상을 제작한다 하더라도 영상 안에 담겨야할 내용이 없고 수준이 낮다면 큰 돈을 투자해 만든 영상이 별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방송장비와 음향장비에 돈을 투자하기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신앙의 실력과 영적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싸구려(?) 장비를 뛰어넘는 실력, 장비의 부족함에도 담아낼 줄 아는 '하나님의 은혜'...,
세상은 우리가 입은 옷의 브랜드, 우리가 타는 차의 배기량, 우리가 사는 집의 평수로 우리의 가치를 매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값어치'를 올리기 위해 값비싼 것들로 온몸을 도배하곤 하죠. 그런 세상의 눈으로 볼 때, 할인 매장을 기웃거리고 철 지난 옷을 입으며 저렴한 물건을 고집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쩌면 '싸구려 인생'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정한 이 글의 역설적인 제목 뒤에는 세상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거룩한 자존심이 숨겨져 있습니다.
진정한 품격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로우냐'에서 나옵니다. 세상은 더 비싼 것을 갖지 못해 안달하며 물질의 노예가 되지만, 그리스도인은 저렴한 것에 만족하며 남은 것을 이웃과 나눕니다.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고린도후서 6:10)
스스로 '싸구려'처럼 보이는 길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물질에 휘둘리지 않는 고귀한 인격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저항입니다. 값싼 물건은 낡고 해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검소한 삶의 궤적 속에서 배어 나오는 친절, 겸손, 그리고 감사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비싼 식당이 아니더라도 진심을 담아 대접하는 한 끼의 식사. 화려한 장신구는 없어도 고난 받는 이들을 향해 내미는 따뜻한 손길. 세상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당혹감을 느낍니다. "어떻게 저렇게 부족해 보이는데, 저토록 당당하고 우아할 수 있는가?"
우리가 '싸구려 인생'이라 불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진짜 보화가 이 땅이 아닌 하늘에 쌓여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겉모습은 소박하고 물건은 저렴할지언정, 그 삶을 지탱하는 믿음의 중량감만큼은 세상 그 무엇보다 무겁습니다. 저렴한 물건으로도 감출 수 없는 당신의 품격,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잃어버린 진짜 그리스도인의 자존심입니다. 세상이 당신을 '싸구려'라 오해한다면 기뻐하십시오. 당신은 지금 세상이 값을 매길 수 없는 '하늘의 명품'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