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만으로 충분합니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1 본문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1

Church, The Bridge 2026. 7. 8. 13:39

먼저 와 계셨습니다

전날 갑자기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다른 기사님 대신 학교 급식 배송을 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속으로는 반갑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배송지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가는 학교들.
길도 낯설고, 시간도 더 걸릴 것이 분명했습니다.
'왜 하필 나일까.'
그 마음으로 새벽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정문은 닫혀 있었고, 급식실이 있는 후문은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학교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정문으로 들어갔습니다.
경비 아저씨께서 오셨습니다.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후문 앞 차량 주인에게 연락해 주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영양사 선생님 오실 거예요."
빗속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영양사 선생님께서 직접 제 차로 걸어오셨습니다.
"처음 오셨지요?"
"시간은 조금 이르지만 제가 받아 드릴게요."
첫 배송부터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났습니다.
두 번째는 유치원이었습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다음 배송지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언제 오시려나...'
잠시 서 있는데 한 어르신께서 천천히 걸어오셨습니다.
문을 열어 주시더니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주방까지 앞장서 걸어가셨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 넣으시면 됩니다."
12kg이나 되는 고기를 직접 옮기시려고 하셨습니다.
연세가 있어 보여 얼른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 제가 하겠습니다."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36년생입니다."
순간 놀랐습니다.
아흔한 살이셨습니다.
놀란 것은 연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보는 저를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시는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세 번째 학교에서는 농산물을 배송하시는 분이 먼저 와 계셨습니다.
보통 먼저 오신 분부터 검수를 받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하세요."
영양사 선생님도 흔쾌히 순서를 바꿔 주셨습니다.
마지막 두 학교에서는 빈 상자를 제가 접기도 전에 모두 정리해 두셨습니다.
평소 같으면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어졌습니다.
배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신호등에 걸렸습니다.
급한 마음에 혼잣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신호도 왜 이렇게 안 풀리지.'
그런데 멈춘 차창 밖으로 낯익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에 통근버스를 운행하던 시절,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내던 곳이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지냈던 얼굴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차는 다시 움직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았습니다.
그제야 보였습니다.
갑자기 맡게 된 배송.
닫혀 있던 학교 문.
빗속으로 걸어오신 영양사 선생님.
유치원에서 저를 맞아 주신 어르신.
먼저 양보해 주신 기사님.
빈 상자를 정리해 주신 분들.
잠시 멈춰 세운 신호등까지.
하루 종일 저는 일이 꼬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하나님께서는 제 하루를 꼬이게 하신 것이 아니라,
이미 먼저 가셔서 길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가는 곳마다 사람을 먼저 만나 주시고,
제가 도착하기 전에 마음을 움직여 주시고,
제가 혼자라고 생각한 하루를
혼자가 아니었다는 하루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그날 하나님께서는 제 일을 대신해 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너보다 먼저 가 있다."
그것을 하루의 일상 속에서 보여 주셨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하루를 조금 다르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오늘도,
제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곳에서
먼저 와 계셨는지.

오늘도 예배는 삶입니다.

오늘의 기도
예수님,
오늘도 저보다 먼저 가 계심을 믿고 걸어가게 해주세요.
아멘.

오늘의 말씀
"여호와께서 그보다 앞서 가시며 너와 함께 하사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시리니 너는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신명기 31장 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