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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의 하나님

돌아갈 곳이 없는 명절

Church, The Bridge 2026. 9. 24. 12:08

본문 | 시편 27편 10절

추석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돌아갈 곳을 이야기합니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고속도로 사정을 확인하고
부모님께 무엇을 사 갈지 묻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이번 명절에는 어디 가세요?”

평범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가족과 오래전 연락이 끊어진 사람도 있습니다.

집은 있지만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오래 상처를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웃으며 말합니다.

“저는 이번에 그냥 집에 있으려고요.”

짧은 대답입니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긴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편 27편에도
혼자인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의 주변에는 편안한 사람들이 없습니다.

원수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고
거짓 증인들이 일어나고
폭력을 품은 사람들이 그를 위협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인은 한 가지를 구합니다.

문제가 빨리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 곁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시의 한가운데에서
뜻밖의 말을 꺼냅니다.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

시편 27편 10절입니다.

이 말이 실제로
그의 부모가 그를 버렸다는 뜻인지
혹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표현인지는
본문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시인은 인간에게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것 같은 관계를 꺼내 듭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친구가 떠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원수에게 둘러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를 받아줄 것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그 마지막 관계마저 사라지는 자리까지 내려갑니다.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그리고 바로 다음에
전혀 다른 문장이 이어집니다.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

영접한다는 말에는
거두어 들인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멀리서 지켜본다는 말이 아닙니다.

안타깝게 바라본다는 말도 아닙니다.

자기 쪽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놓아버린 사람을
하나님은 거두십니다.

사람들의 자리에서
더 이상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을
하나님은 밖에 세워 두지 않으십니다.

시편 27편은
상황이 좋아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원수는 여전히 있고
위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보다 먼저
한 가지가 달라집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이 완전히 버려진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올해 추석에도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현관문을 열면
누군가 반갑게 맞아주는 집이 있을 것입니다.

“왔니?”

그 한마디가 들리는 집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 꺼진 방으로 혼자 돌아가는 사람.

편의점에서 저녁을 사는 사람.

휴대전화를 몇 번 들여다보다
그냥 내려놓는 사람.

가족에게서 전화가 와도
선뜻 받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어쩌면
우리 곁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늘 혼자 먹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

“이번 명절에는 그냥 쉽니다.”

그렇게 말하며 웃던 사람.

전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그 말이
시편 27편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그리고 그 사람보다 먼저
한 분이 보입니다.

사람의 관계가 끊어진 자리에서도
떠나지 않으시는 분.

마지막 관계마저 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을
자기 쪽으로 거두시는 분.

하나님입니다.

추석이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돌아갈 곳을 찾습니다.

어떤 사람은
돌아갈 집을 찾고

어떤 사람은
자기를 기다려 주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런데 시편 27편을 오래 읽고 있으면
한 가지 생각이 남습니다.

사람에게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날에도

하나님 쪽에서는

아직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