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멈추면 다른 사람이 나를 앞서갈 것 같고,
멈추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마음은 쉬지 못합니다.
몸은 잠들어도 생각은 계속 달립니다.
우리 시대는 쉼이 없는 시대가 아니라 멈춤을 잃어버린 시대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시편 46편에서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멈추어 서라.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편 46:10)
이 말씀은 평온한 날에 주어진 말씀이 아닙니다.
시편 기자는 땅이 흔들리고,
산이 바다 가운데 빠지며,
바다가 요동하고,
나라들이 전쟁하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많은 성경학자들은 이 시편을 히스기야 시대와 연결하여 이해합니다.
앗수르의 대군이 예루살렘을 포위했던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모든 사람이 무기를 점검하고,
성벽을 살피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을 때,
하나님은 놀랍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멈추어 서라."
왜 하나님은 가장 다급한 순간에 멈추라고 하셨을까요?
'멈추어 서라'로 번역된 히브리어 '라파'는 단순히 쉬라는 뜻이 아닙니다.
손에 힘을 빼라는 뜻입니다.
붙잡고 있는 것을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내 힘으로 해결하려는 손을 거두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끝까지 붙들고 살아갑니다.
내 계획을 붙듭니다.
내 경험을 붙듭니다.
내 방법을 붙듭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맡겼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걱정하고,
다시 계산하고,
다시 통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이제 손을 놓아라."
하나님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 되실 자리를 내어드리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멈추어 서라."에서 말씀을 끝내지 않으셨습니다.
그 뒤에 더 중요한 말씀이 이어집니다.
"내가 하나님 됨을 알라."
멈춤은 목적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목적입니다.
성경은 믿음이 하나님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모세는 광야에서 하나님을 알았습니다.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세미한 음성 가운데 하나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 앞에 멈추어 앉았을 때 가장 좋은 편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멈춘 후에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문제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해결되면 평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편 46편은 전혀 다른 길을 보여 줍니다.
산은 여전히 흔들립니다.
바다는 여전히 요동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그런데도 시편 기자는 담대하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시편 46:1)
문제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문제보다 더 크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보다 하나님이 더 크게 보이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 말씀을 삶으로 보여 준 사람이 있습니다.
여호사밧 왕입니다.
모압과 암몬의 연합군이 유다를 향해 몰려왔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패배가 이미 결정된 전쟁이었습니다.
그러나 여호사밧은 군사회의보다 먼저 하나님 앞에 섰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선지자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전쟁에는 너희가 싸울 것이 없나니 대열을 이루고 서서 가만히 있어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 하시는 구원을 보라."
(역대하 20:17)
전쟁 앞에서 하나님은 먼저 "서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여호사밧은 그 말씀을 믿었습니다.
칼보다 먼저 찬양대를 세웠습니다.
군사보다 먼저 하나님을 예배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친히 싸우셨습니다.
유다가 승리한 이유는 강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싸우셨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이 시편 46편이 우리에게 전하는 믿음입니다.
멈춘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임을 내려놓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일하실 자리를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문제 앞에 서 있습니다.
가정의 문제.
건강의 문제.
미래의 문제.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속의 전쟁.
우리는 그 전쟁을 혼자 이기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오늘도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너는 먼저 멈추어라."
"그리고 내가 하나님 됨을 알라."
그 하나님을 아는 사람은 세상이 흔들려도 함께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하나님을 아는 사람은 실패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습니다.
그 하나님을 아는 사람은 두려움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먼저 바라봅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내가 얼마나 하나님을 붙드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얼마나 신실하게 나를 붙드시는 분인지를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더 빨리 달리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더 많이 가지라고도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먼저 멈추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여전히 세상을 다스리시고 자기 백성을 위해 싸우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그 하나님을 아는 것이 참된 평안의 시작이며, 믿음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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