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만으로 충분합니다.
오늘은 쓰지 않았습니다 본문
어제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한 가지 결정이 제게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마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사람처럼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거웠습니다.
예전의 저는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날 끝내야 했습니다.
잠을 줄여서라도 마무리해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내일 해도 된다.'는 말은 제게 위로가 아니라 불안이었습니다.
끝을 봐야 안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편집장님이 제안한 말이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하루에 열 편씩만 합시다."
예전 같았으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왜 열 편만 하지? 오늘 다 하면 되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제 입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요. 하루에 열 편씩 하지요."
대답하고 나서 제가 더 놀랐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느려진 것일까.
아니면 느긋해진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속도를 바꾸고 계셨습니다.
예전에는 일을 끝내야 안심했습니다.
지금은 하나님께 맡겨야 안심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하루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광야를 지나며 하나님께서 제게 하나씩 가르쳐 주신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심플'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정작 제 삶은 심플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이 해야 했고,
더 빨리 해야 했고,
더 많이 이루어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계속해서 제 삶에서 무언가를 덜어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사역도,
계획도,
욕심도,
그리고 제 속도까지.
생각해 보니 저에게는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더하는 것은 익숙했지만, 덜어내는 것은 마치 내 존재의 일부를 잃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하루 글 하나를 올리지 않는 일도 제게는 작은 순종이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플한 삶은 정말 무엇일까.
예전에는 복잡한 일이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심플한 삶은 복잡한 마음이 없는 삶이 아니라, 복잡한 마음을 하나님께 맡기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복잡한 마음은 여전히 있습니다.
오늘도 더 하고 싶고,
오늘도 끝내고 싶고,
오늘도 마음은 저를 재촉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붙들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아버지의 시간에 사셨습니다.
사람들이 재촉해도 서두르지 않으셨고, 사람들이 붙잡아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나사로가 병들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도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셨고, 십자가도 하나님의 시간에 지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느린 삶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시간에 맞춘 삶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그 삶을 배우고 싶습니다.
많이 하는 사람보다 하나님과 함께 걷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빨리 가는 사람보다 하나님의 속도로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제 안에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그동안 저는 글을 써야 하나님이 일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멈춘 날에도 일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글 하나를 더 쓴 날보다,
글 하나를 쓰지 않을 수 있었던 날을 더 감사하게 기억하려 합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가장 큰 변화는 일을 더 많이 하게 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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