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받는 사람이 되는 법
이번 달부터 정해진 새벽 급식 배달 학교는 부천에 있는 두 곳의 학교입니다.
매달 배달 장소가 바뀌다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달라집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겨진 일을 하다가 다시 헤어집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짧은 새벽의 시간 속에는 오래 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도 그랬습니다.
운행하는 차량이 바뀌는 바람에 미처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더니 그분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스크를 내어주었습니다.
"이거 쓰세요."
짧은 한마디였습니다.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스크 한 장이니까요. 하지만 그날 제게는 그 작은 친절이 오래 남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새벽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늘 그런 방식으로 서로를 도와줍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순서를 양보합니다.
어떤 이는 말없이 박스를 접어 줍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간식을 나누어 줍니다.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누군가는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 살아온 이야기도 모릅니다.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에는 묘한 동질감이 있습니다.
긴 밤을 지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동질감.
각자의 사정을 안고 일터에 나온 사람들이라는 동질감.
그리고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고 싶다는 작은 마음의 동질감.
그런데 사실 저는 도움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는 것도 불편하고,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혼자 해결하려 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저는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고 싶었지, 도움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제게 무언가를 건네주면 늘 미안했고, 누군가의 친절을 받으면 왠지 빚을 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마스크 한 장을 건네받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도움받기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선의를 받는 것을 불편해했고,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움을 거절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도 늘 사람들을 통해 우리를 도우십니다.
누군가의 손을 빌려 위로하시고, 누군가의 말을 통해 격려하시고, 누군가의 작은 친절을 통해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그런데 저는 그동안 너무 혼자 버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새벽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게 그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도움을 주는 것만큼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제 곧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한 달 동안 새벽 급식 배달도 쉬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쉬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 사람들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새벽마다 만났던 사람들.
짧은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
그리고 말없이 서로를 도와주던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그곳에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났는지도 모릅니다.
교회 역시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 주고, 먼저 손을 내밀고,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공동체.
그리고 무엇보다 도움을 주는 사람만 있는 곳이 아니라,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공동체.
저는 오늘도 제 책상 서랍 한쪽에 남아 있는 마스크를 보며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때로 설교보다 마스크 한 장으로 말씀하신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거창한 헌신보다 누군가에게 선뜻 건네는 작은 친절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아마 이번 여름, 제가 가장 그리워할 것은 새벽 공기가 아니라 그 새벽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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