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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직도 나를 믿는 사람

by Church, The Bridge 2026. 7. 2.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은 사람

사람은 누구와 헤어질까.
사랑이 식어서 헤어지기도 하고, 상처가 깊어져 헤어지기도 한다. 더 이상 기다릴 힘이 없어서 헤어지는 사람도 있고, 끝내 기대를 접어 버려서 떠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 보면 헤어짐은 관계가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저는 아내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한다.
"힘들어서 못하겠다."
"이제 네가 나가서 벌어라."
"이번 달부터 생활비 못 준다."
"교회 운영비로 써야겠다."
"내가 번 돈은 내가 쓰겠다."
말을 하고 돌아서면 스스로 놀란다.
저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사람이었나.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제 곁에 있었다.
교회를 개척하기 전에는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다. 개척 초기에는 개인 레슨으로 생활을 지탱했다. 제가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었고,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루었다.
제가 사역의 고민 속에서 길을 잃기 시작했을 때도 아내는 떠나지 않았다.
제가 방황할 때 유튜브를 시작했고, 새로운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가정을 붙들었다.
돌아보면 아내는 제 사역을 도운 사람이 아니다.
제 인생을 버텨 준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저는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준다.
사람들 앞에서는 믿음 있는 목사처럼 이야기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헌신을 설교하고, 소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한다.
"네가 벌어라."
"난 못하겠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어쩌면 사람은 낯선 사람 앞에서는 예의를 지키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은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잔인한 곳이 되기도 한다.
아내는 한국 나이로 예순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의 헌신을 계산하지 않았다.
"내 인생을 왜 당신에게 바쳤느냐."
"이제 그만하자."
"당신 때문에 힘들었다."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지금 생각하면 아내는 한 번도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은 사람이다.
사람은 꼭 집을 나가야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대를 접으면 헤어진다.
믿음을 거두면 헤어진다.
상대를 포기하면 이미 헤어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아직도 저를 포기하지 않았다.
제가 저 자신을 포기할 때에도.
제가 목회를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제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의심할 때에도.
아내는 여전히 제가 목사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혹시 하나님께서는 아내를 통해 지금까지 저를 붙들고 계신 것은 아닐까.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호세아는 떠난 아내를 다시 찾아갔고, 예수님은 세 번 부인한 베드로를 다시 찾아오셨다.
사랑은 떠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다시 찾아오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저는 요즘 제 수준을 본다.
확연히 드러나는 옹졸함.
경제적인 어려움 앞에서 무너지는 믿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
사람들 앞의 목사와 집 안의 남편 사이의 큰 간격.
그것이 지금의 저다.
그런데도 한 사람이 제 곁에 남아 있다.
어쩌면 하나님이 제게 주신 가장 큰 은혜는 교회가 아닐지도 모른다.
설교도 아니고 사역도 아닐지 모른다.
끝까지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은 한 사람.
아직도 저를 믿고 있는 사람.
아직도 하나님이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다고 믿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제 아내다.
그래서 요즘 기도보다 먼저 배우는 것이 있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는 말씀이 아니라,
한 사람이 30년 넘게 자신의 인생으로 그 말씀을 살아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면 저는 목회의 열매보다 먼저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주님,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저를 포기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아직도 저를 믿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하나님이 아직도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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