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이 되어 갑니다.
사역의 자리에서 내려온 후 저는 광야 같은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시간을 잘 보내면 더 성숙해질 것이다.'
'성경을 더 많이 읽고, 기도를 더 많이 하고, 믿음과 성품을 더 훈련하면 다시 목회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 해를 미루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해를 미루었습니다.
'조금만 더 준비하자.'
'조금만 더 성숙해지자.'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예상하지 못했던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쉽게 흔들리고.
여전히 쉽게 낙심하고.
여전히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실패처럼 느껴졌습니다.
'8년이나 훈련했는데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이 없을까.'
그러나 하나님은 제게 조금 다른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성숙은 내가 쌓아 올리는 실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제 성경을 많이 읽었다고 오늘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기도를 오래 했다고 오늘도 믿음으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위기를 잘 넘겼다고 오늘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목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제는 사랑으로 사람을 품었습니다.
어제는 화를 잘 참았습니다.
어제는 목회자답게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는 넘어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를 그리스도인답게 만드는 것은 어제의 훈련이 아니라 오늘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훈련은 필요합니다.
성경도 읽어야 합니다.
기도도 해야 합니다.
성품도 다듬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하나님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훈련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을 만들 뿐, 하나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사도 바울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고린도전서 15:10)
바울은 자신의 실력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은혜를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새로운 실력을 배우고 있습니다.
말 잘하는 실력이 아닙니다.
목회 잘하는 실력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실력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가장 어려운 실력입니다.
우리는 자꾸 하나님이 아니라 어제의 경험을 의지합니다.
어제의 성공을 의지합니다.
어제의 훈련을 의지합니다.
어제의 믿음을 의지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오늘도 "나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종종 이렇게 물었습니다.
"혹시 목사님 아니세요?"
깔끔한 옷차림.
단정한 말투.
목회자다운 분위기.
아마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일하기 편한 옷을 입습니다.
머리도 예전처럼 늘 단정하지 않습니다.
백발은 더 많아졌고, 제 모습도 전보다 훨씬 소박해졌습니다.
예전보다 목사처럼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참 편안해 보이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들립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목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되려고 애썼습니다.
지금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애씁니다.
목사처럼 보이는 것은 훈련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평안을 흘려보내는 삶은 하나님께 붙들려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저를 붙들고 계신 분은 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제가 붙들어야 할 것은 어제의 훈련이 아니라, 오늘도 제 손을 붙들고 계시는 하나님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광야 8년 동안 하나님께서 제게 가르치고 싶으셨던 가장 중요한 목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실력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매 순간 하나님을 의지하는 데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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