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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한 놈

by Church, The Bridge 2026. 7. 4.

야곱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참 독한 사람이다.
형 에서를 속이고도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으려 했습니다.
외삼촌 라반 밑에서도 끊임없이 계산했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님보다 자신의 지혜를 먼저 믿었습니다.
얍복강 앞에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방법을 찾았습니다.
선물을 준비하고.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가축을 나누고.
혹시라도 형의 마음이 풀리지 않을까 계산했습니다.
야곱은 하나님을 믿지 않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보다 자신을 더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야곱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얍복강에서 그의 환도뼈를 치셨습니다.
그날 하나님은 야곱의 다리를 부러뜨리신 것이 아니라, 야곱이 평생 붙잡고 살던 '자기 자신'을 부러뜨리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가끔 제 자신을 보며 이런 말을 합니다.
참 독한 놈이다.
어디까지 가야 포기할까.
얼마나 더 실패해야 하나님을 의지할까.
하나님께 맡기면 될 일을 또 계획합니다.
하나님께 구하면 될 일을 또 계산합니다.
지금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가면 되는데,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후 가려고 합니다.
조금 더 준비되고.
조금 더 성숙하고.
조금 더 성공한 다음 하나님께 쓰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실패하면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자리에서 또 다른 계획을 세웁니다.
이번에는 잘할 수 있다고.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그리고 또 자신을 몰아붙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이름으로.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심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삶인데도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더 강한 내가 아닙니다.
더 많이 계획하는 나도 아닙니다.
하나님을 더 신뢰하는 나입니다.
야곱은 환도뼈가 부러진 뒤에야 비로소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을 붙들었습니다.
그날 하나님은 그의 이름도 바꾸셨습니다.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사기꾼에서 하나님과 씨름한 사람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에 먼저 의지하는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우리의 강함을 사용하시는 분이 아니라,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아는 사람을 사용하시는 분입니다.
바울도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함을 자랑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약함 위에 하나님의 능력이 머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광야로 부르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를 실패하게 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의지하는 삶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으로 옮기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의 계획보다 먼저 말씀하십니다.
"나를 신뢰하라."
우리의 실력보다 먼저 말씀하십니다.
"나를 의지하라."
우리의 성공보다 먼저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 없이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없이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음을 아는 사람입니다.
야곱은 환도뼈를 절며 브니엘을 떠났습니다.
세상은 절뚝거리는 야곱을 실패한 사람처럼 보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날 비로소 야곱을 이스라엘이라 부르셨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사람은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포기하고 하나님만 붙드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