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The Bridge인가
동탄이라는 도시를 처음 바라보았을 때 제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단어는 ‘부흥’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시. 끊임없이 유입되는 인구. 젊은 가정들. 빠르게 성장하는 신도시.
돌이켜보면 개척지를 선택했던 이유의 중심에도 부흥이 있었고, 목회의 방향을 결정했던 기준 역시 부흥이었습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도 부흥이었고, 목회의 최우선 가치도 부흥이었습니다. 기도의 목적도 부흥이었습니다.
한 전도 세미나에서 들었던 한마디는 제 마음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한 시간 기도하면 부흥은 기어 오고, 네 시간 기도하면 부흥은 달려온다.”
저는 그 말을 붙들고 오랫동안 달렸습니다. 새벽을 깨우며 기도했고, 부흥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종에게 은혜를 베푸셨고, 동탄의 후발주자였던 교회는 성장의 시간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어느 순간 하나님보다 부흥이 앞서 있었음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늘 이게 다인가 고민하는 저를 결굴 하나님께서 멈추게 하셨습니다.
사역을 떠난 후 오랫동안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왜 부르셨다면 멈추게 하셨습니까?” “왜 떠나게 하셨습니까?” “왜 이 길을 걷게 하셨습니까?”
그 질문의 답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랫동안 새벽마다 드렸던 기도가 하나 있었습니다.
“주님, 한 영혼을 주님처럼 사랑하게 하옵소서.”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에 응답하시기 위해 저를 광야로 인도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보내신 곳은 화려한 사역지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자리도 아니었습니다. 공장과 호텔 식당, 학원 야간 청소 현장과 빌딩 청소 현장이었습니다.
목사라는 호칭 대신 장씨와 아저씨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고, 교회 버스를 운전하던 손은 태국과 베트남, 러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태우는 출퇴근 버스의 운전대를 잡게 되었습니다.
박사학위도, 경력도, 목회의 경험도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의지하던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하셨고, 다시 처음부터 배우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신경질적으로 “아저씨, 에어컨 틀어 주세요.”
그렇게 부르던 태국 청년이 어느 날 제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번 주 토요일에 함께 밥 먹어요. 제가 사드릴게요.”
한국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 베트남 부부는 긴 문자를 남겼습니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던 한 기업의 대표는 연매출 300억 원이 넘는 회사를 운영하는 오너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장씨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칭이 달라졌습니다.
연말 회식 자리에서 그분은 많은 직원들 앞에서 저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님, 내년부터는 형님이 부장님 맡아 주세요.”
세상적으로 생각하면 인정받는 일이었고,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저를 그곳으로 보내신 이유는 세상에서 성공하고 대접받으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사람을 관리하는 법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히 사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현장으로 옮겨 갔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선택한 사역지를 떠나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사역지로 인도하셨습니다.
제가 정한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로 보내셨습니다.
그곳은 한 영혼을 사랑해야 하는 곳이었고, 동시에 한 영혼을 주님처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오늘의 The Bridge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화려한 교회를 꿈꾸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숫자보다 한 영혼을 바라보기 원합니다.
우리는 성공의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어떻게 사람을 다시 세우시는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하고, 함께 울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의 이웃이며 공동체입니다.
Church, The Bridge.
우리가 붙인 이름입니다.
오직 주님께로만 인도하는 다리.
상처 입은 사람들이 다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인생의 광야를 지나는 사람들이 쉼을 얻는 다리.
그리고 한 영혼을 주님처럼 사랑하는 법을 함께 배워 가는 다리.
The Bridge는 성장보다 복음을, 성공보다 순종을, 숫자보다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자 합니다.
광야 같은 시간을 지나며 하나님께서 새롭게 가르쳐 주신 이야기.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오직 주께로만 가는 다리.
Church, The Bridge.
그래서 Church, The Bridge는 다음 장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탄의 지식산업센터 한 공간을 임대하여 아주 작은 공동체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다시 예배를 위해 큰 공간을 임대해야 겠다는 생각부터
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할까.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러나 광야의 시간을 지나며 하나님께서 제게 가르쳐 주신 것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밥 먹고 하자."
누군가는 돈이 없어서 밥을 거릅니다.
누군가는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누군가는 혼자여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친 몸으로 일터를 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Church, The Bridge는 먼저 식탁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대전 은혜풍성한교회의 신이삭 목사님은 매달 선교비와 쌀을 보내 주십니다.
새벽 급식업체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가끔 남은 계란을 주십니다.
야간에 일하는 공장에서는 가끔 파스타 소스도, 마요네즈도 나누어 주십니다.
누군가는 쌀을 보내고, 누군가는 계란을 보내고, 누군가는 반찬을 나눕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그냥 함께 밥 먹는 공동체가 되자.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지친 사람에게는 쉼을.
외로운 사람에게는 함께할 사람을.
그리고 그 식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하자.
밥을 먹고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공동체.
힘을 얻고 다시 살아가는 공동체.
Church, The Bridge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시작하려 합니다.
Church, The Bridge는 무료 급식소가 아닙니다. Church, The Bridge는 식탁에서 복음을 배우고 삶에서 예배로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