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만으로 충분합니다.
하나님께 아내를 돌려드리다 본문
얼마 전 '아내의 외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너무 자극적인 제목인 것 같고 내용도 복음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 3일을 고민하며 다시 쓴 글입니다.
저는 모든 저의 글에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들어 나길 소망합니다. 사람이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남았으면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드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간도 드릴 수 있고,
물질도 드릴 수 있으며,
재능도 드릴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정말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다시 당신께 돌려 달라고 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을 가장 붙들고 있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저에게는 아내였습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아내는 신학생이던 저를 만나 지금까지 한결같이 제 곁을 지켜 준 사람이었습니다.
개척교회에서 가장 먼저 예배당 문을 열던 사람도,
가장 늦게 불을 끄던 사람도 아내였습니다.
기도회도,
주일예배도,
성탄절도,
부흥회도,
제 목회의 모든 자리에는 언제나 아내의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사역을 위해 보내 주신 동역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권유로 아내가 피아노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Sister"라고 부르며 메일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모두가 두려움 속에 있던 어느 날에는 스위스에서 후원금이 도착했습니다.
"당신의 연주가 고립된 시간을 견디게 해 주었습니다."
교회에서 기도회 음악으로 사용해도 되겠느냐는 연락도 이어졌습니다.
카페와 개인들이 하루 종일 연주를 틀어 놓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공통된 고백은 하나였습니다.
"당신의 연주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
그 무렵부터 아내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에게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리로 더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개척을 준비하며 여전히 아내가 제 곁에서 함께 사역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 없는 예배,
아내 없는 새벽기도,
아내 없는 개척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따졌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아내 없이 제가 어떻게 목회를 합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은 제게서 아내를 빼앗으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를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자리로 보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도 다른 자리로 부르고 계셨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고,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게 하셨으며,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게 하셨습니다.
병들고,
방황하고,
낮은 자리까지 내려간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니 하나님은 제 사역을 끝내신 것이 아니라
새롭게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아내를 다른 자리로 보내시는 동안,
저도 다른 자리로 보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하나님은 한 사람만 부르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아내도 부르셨고,
저도 부르고 계셨습니다.
며칠 전 저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옷 한 벌 사 입어요."
십 년이 넘도록 같은 옷을 입으며 자신보다 사역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것은 옷을 사 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제 사역의 동역자로 붙잡고 있던 사람을,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자리로 기쁘게 보내 드리는 작은 예배였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하나님께 돌려드렸고,
한나는 사무엘을 하나님께 돌려드렸습니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더 신뢰했기에 가능했던 순종이었습니다.
십자가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성부 하나님은 가장 사랑하시는 아들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 보내심으로 우리가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붙잡는 사랑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 내어주시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제 곁에 있는 사람을 제 사람으로 붙잡지 않게 하소서.
주님께서 맡기신 사람으로 사랑하게 하시고,
주님께서 부르시는 날에는 기쁨으로 돌려드릴 수 있는 믿음을 주소서."
이제 저는 아내를 응원합니다.
아내의 사역이 더 넓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아내는 저를 떠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곳으로 먼저 걸어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 늦게,
그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람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자리까지 함께 응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다시 하나님의 성품을 배웁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곁에서 사람을 빼앗으시는 분이 아니라,
각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쓰임 받을 자리로 부르시는 아버지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람을 맡기시는 분이시며, 때가 되면 그 사람을 가장 합당한 자리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사람도 부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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