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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만으로 충분합니다.
프롤로그세상은 이름을 기억합니다.큰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을 기억합니다.우리는 살아가면서이름을 남기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배우기도 합니다.하지만 복음서를 읽다 보면예수님의 시선은 조금 달랐습니다.예수님께서는이름이 알려진 사람보다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다가가셨습니다.병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던 여인도,길가에 앉아 있던 맹인도,성경은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한 아이가 예수님께 도시락을 내어드렸지만,그 아이의 이름도 남지 않았습니다.십자가 아래에서 울던 많은 사람들의 이름도,예수님께서 찾아가셨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도우리는 알지 못합니다.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예수님께서는그들의 이름을 모르신 적이 없었습니다.세상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예수..
지난 8년을 돌아보면,제 마음에 가장 많았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내가 하나님의 뜻을 잘 듣고 있는 걸까.'이 길이 맞는지,이 선택이 맞는지,혹시 내 생각을 하나님의 뜻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그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그러던 어느 날,사무엘상 3장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어린 사무엘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도엘리가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한 번도 아니고,세 번이나 그랬습니다.그런데 성경을 읽다가한 가지가 제 마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사무엘은정확하게 들은 사람이 아니라,부르실 때마다 다시 일어난 사람이었습니다.그는 틀렸습니다.하지만 들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일어났습니다.잘못 알아들었지만다시 달려갔습니다.하나님께서는그 미숙함을 꾸짖지 않으셨습니다.오히려 엘리를 통해사무엘이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
목회를 시작했을 때는목회자가 되기 위한 자격을 많이 생각했습니다.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더 좋은 설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더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래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그래서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애썼습니다.배우고,훈련받고,세미나를 찾아다녔습니다.그 시간도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예수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그런데 지난 시간을 지나오며예수님께서는 제게 다른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예수님께서는자격을 갖춘 사람을 부르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부르신 사람을끝까지 빚어 가시는 분이셨습니다.성경을 다시 읽어 보니그랬습니다.베드로는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모세도 그랬고,사무엘도,바울도 그랬습니다.예수님께서는그들의 자격보다예수님의 ..
한때 새벽은제게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기도해야 했고,말씀을 준비해야 했고,교회를 위해 간구해야 했습니다.새벽은목회자의 책임을 다하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그래서 새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시간이 흐르면서기도의 내용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교회를 위한 기도,사역을 위한 기도,사람들을 위한 기도가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하지만 어느 날,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나는 주님께 무엇을 가장 많이 구하고 있을까.'가만히 돌아보니저는 주님보다주님께서 해 주실 일을 더 많이 구하고 있었습니다.그날 이후기도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길지 않았습니다.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하지만 제 마음 깊은 곳에서한 문장이 자주 흘러나왔습니다."주님을 더욱 사랑하게 하시고, 그..
한동안 저는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다시 교회를 시작할까.다른 사역을 준비할까.무엇을 배우면 좋을까.어떻게 해야 하나님께 더 쓰임 받을 수 있을까.계획은 점점 많아졌습니다.그런데 이상했습니다.계획은 많았는데평안은 없었습니다.기도를 해도,말씀을 읽어도,마음 한편은 늘 조급했습니다.무엇이 잘못된 것일까.그러던 어느 날,예수님께서 제게 질문 하나를 던지셨습니다."그 계획은 누구의 계획이었느냐."처음에는당연히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생각했습니다.기도도 했고,말씀도 읽었고,목회를 위한 계획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오래 묵상할수록조금씩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교회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생각.다시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정말 하나님께서 제게 주..
지난 8년 동안저는 제 사명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자주 기도했습니다."주님, 제 사명이 무엇입니까?"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어디로 가야 하는지,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그 질문을 붙들고 오래 걸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제 기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주님,제 사명은 어디로 간 것입니까?"돌아보면저는 사명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교회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강단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목사로 불릴 기회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사명도 함께 멈춘 줄 알았습니다.하지만 예수님께서는조용히 제 생각을 고쳐 주셨습니다.사명은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제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은사명이 아니라,역할이었습니다.저는 오랫동안사명과 역할을 같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교회를 섬기는 것,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는 것,목사..
살아가다 보면가끔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알게 되는 사랑이 있습니다.저도 그런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미국에 계시는 한 권사님이 계셨습니다.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늘 가까이에서 함께했던 분도 아니었습니다.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되었습니다.그 권사님께서오랫동안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다는 사실을.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제 마음에 오래 머물던 질문 하나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나는 혼자인가.'돌아보면지난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사람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도 있었고,앞이 보이지 않는 날들도 있었습니다.그런데 저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누군가는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생각해 보면그 권사님의 기도가저를 붙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예수님께서권사님의 기도를 통해저를..
목회를 하던 시절,새벽은 제게 익숙한 시간이었습니다.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거리를 지나교회 문을 열고 들어가면고요한 예배당이 저를 맞이했습니다.그 시간은 참 소중했습니다.예수님 앞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돌아보면제 마음 한편에는새벽기도에 대한 또 다른 기대도 있었습니다.새벽을 지키면교회가 부흥하지 않을까.더 열심히 기도하면하나님께서 더 크게 일하시지 않을까.그 마음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지난 시간을 지나오며예수님께서는 제게 새벽의 의미를 조금씩 바꾸어 주셨습니다.새벽은예수님을 깨우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예수님께서는 언제나 먼저 깨어 계셨습니다.제가 교회 문을 열기 전에,제가 무릎을 꿇기 전에,이미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생각해 보면새벽기도는예수님을 움직이게 하는 시간이 아..
교회의 이름을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많은 이름을 떠올렸고,많은 의미를 생각했습니다.그러던 중 제 마음에 한 단어가 오래 머물렀습니다.Bridge.다리.처음에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의미로 생각했습니다.교회와 세상을 잇는 다리,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복음을 전하는 다리.그런 의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예수님께서는 제 생각보다 더 깊은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생각해 보면다리는 사람을 드러내지 않습니다.사람들이 다리를 기억하기보다,다리를 건너 목적지에 도착합니다.좋은 다리는자신을 자랑하지 않습니다.조용히 사람을 건너가게 합니다.예수님께서도 그러셨습니다.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붙잡아 두려 하지 않으셨습니다.언제나 사람들을 아버지께로 이끄셨습니다.저 역시..
오래전 목사님 몇 분과 함께 민물매운탕을 먹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왕복 여섯 시간이 걸리는 길이었습니다.솔직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저녁 한 끼 먹으러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건물은 낡아 있었고, 안내받은 방은 오래된 냄새가 났습니다.화장실은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속으로 계속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도대체 왜 여기까지 온 거지?'그런데 매운탕 국물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모든 생각이 사라졌습니다.그 국물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돌아오는 길에는 건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화장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모두가 국물 이야기를 했습니다.좋은 국물은 허름한 식당을 이겼습니다.최근 유튜브 영상을 준비하면서 이 기억이 자꾸 떠..